어바등
문서 5개
[해량무현] 겹
왼손 검지에 생긴 상처를 발견했다. 손을 씻던 중 통각이 가리킨 불그스름한 흔적. 무언가에 찍히거나 긁힌 것처럼 피부 표면이 동그랗게 까져서 언뜻 점으로 보였다. 언제 났는지 모를 이런 상처가 대부분 그렇듯이 몰랐을 때는 아픔도 없는데 인지한 순간부터는 자꾸 쓰리고 신경이 쏠린다. 병원에 비치한 구급상자를 꺼내 보았다. 각종 상비약, 지혈제, 거즈, 붕대 ...
[해량무현] 우리는 서로의 고래였다고
토요일은 오전 진료만 하는 대신 평일보다 이르게 진료를 시작한다. 나는 일출까지 두 시간이나 남은 아침에 일어나서 반쯤 감은 눈으로 씻고 집에서 나와 평소와 다른 길로 걸었다. 근처에서 제일 일찍 영업을 시작하는 카페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이 시간에는 치과 아래층 빵집도 문을 안 열었다. 커피를 사서 천천히 치과에 도착해도 준비할 시간은 여유로웠다. 밤새 ...
[해량무현] 무도
캄캄했다. 검은색 위로 어렴풋하게 회색 얼룩 같은 것이 번져 있다. 흰 빛줄기가 거기에 번쩍 뿌리를 내렸다가 사라진다. 순간 검은색은 깊은 바닷속처럼 암청색이 되고, 뿌리가 박혔던 얼룩은 흰색부터 검은색까지 입체적인 명암을 띤다. 빛의 뿌리가 명멸하는 찰나에 모든 것이 퍽 밝아지지만, 거짓말처럼 금세 어둠에 편입된다. 우르릉, 쾅, 탕탕. 지축을 흔드는 파...
[해량무현] 오늘의 애정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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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량무현] 지상의 복됨
나는 괜찮아. 여긴 안전해. 심해가 아니야.이따금 소스라쳐 잠에서 깰 때면 그렇게 되뇌며 침대에서 내려가 방바닥에 누웠다. 바닥은 등이 배기도록 단단하고 건조했다. 항상 반을 열어 놓는 방문도 유심히 지켜보았다. 어둠에 가려진 사물들은 자세히 안 보였으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신할 만큼은 분간이 됐다. 자다가 깬 바다가 침대에서 뛰어내려서 앞발로 얼굴을 ...